스페셜라이즈드 (Specialized)에서 최근 에스웍스 토치를 출시했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에스웍스 토치는 기본 라인 모델인 스페셜라이즈드 토치를 업그레이드한 최상위 모델로, 편안함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 고성능 컴포트 클릿 슈즈입니다.
약 1년 전 출시된 스페셜라이즈드의 에스웍스 아레스 (S-WORKS ARES)는 이와 반대되는 레이스 성향의 최상위 모델로, 기본적으로 라이더가 가장 완벽한 핏에서 최대한의 효율과 파워를 낼 수 있도록 디자인된 퍼포먼스형 로드 클릿 슈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스웍스 아레스 (S-WORKS ARES) 로드 클릿 슈즈
여유로운 승리의 기술
에스웍스 아레스의 박스 디자인은 이전 세대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에스웍스 6의 발매 가격이 39만 원이었는데 에스웍스 7도 39만 원에 출시되었죠. 하지만 곧 43만 원으로 인상되었고 현재는 45만 원에 판매 중입니다.
에스웍스 아레스는 여기서 2만 원 더 오른 47만 원에 발매되었습니다. 자전거 시장이 아직 성수기인지라 1원의 할인 혜택도 없이 구매했는데 솔직히 이제는 너무 비싸졌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부 포장 방식도 기존과 동일합니다.
다국에 매뉴얼이 제공되지만 한국어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략적인 주의 사항들이 기록되어 있는데, 3홀을 사용하는 시마노 SPD-SL, 스피드플레이, 타임 등 대부분의 클릿과 호환되며, 클릿 설치 시에는 임시 고정할 때 2.4Nm, 최종 고정 시에는 5-6Nm로 고정하며 이를 초과하지 말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구성품은 슈즈와 전용 슈즈 파우치입니다.
디자인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저는 에스웍스 7보다 아레스의 핏감이 좋고 디자인도 깔끔해서 이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최신 축구화에 많이 적용된 일체형 어퍼는 발에만 잘 맞는다면 착용감이 굉장히 좋죠. 에스웍스 7은 구형 디자인이라 일단 발이 불편하고, 토치는 편하게 디자인되었다고 하지만 저는 어쩐지 아레스가 더 마음에 들었고요.
입구는 좁지만 발을 넣고 나면 그 착용감은 일반 클릿 슈즈와 격을 달리합니다.
아레스는 발가락이 들어가는 앞부분인 토 박스가 넉넉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신발 끝이 뾰족하지 않고 뭉뚝한 것을 볼 수 있죠. 발볼이 넓다면 무리인 신발이지만 앞 부분은 의외로 넉넉합니다.
아레스는 일반적인 클릿 슈즈와 다르게 이너 삭 형태의 클로저 시스템이 적용되었습니다. 발의 형태만 신발과 잘 맞는다면 편안하면서도 굉장히 잘 잡아주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공식 표기 스펙을 살펴보면 에스웍스 아레스의 무게는 1개 당 220g (한 켤레 440g)으로 굉장히 가벼운 편입니다. 하지만 실제 무게를 측정한 결과 234g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제품별 편차를 고려해도 +6% 수준으로 적지 않은 차이네요. 스펙보다 가벼운 마이너스 오차라면 환영하겠지만 더 무거운 플러스 오차라니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어퍼에는 다이니마 섬유가 사용되었습니다.
에스웍스 아레스의 또 다른 장점은 새로운 보아 Li2 다이얼이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스페셜라이즈드의 슈즈는 보아 S 스냅 다이얼을 사용해서 조이고 풀 때 모두 좌우로 돌려야했는데, 보아 Li2 다이얼이 사용된 아레스는 보아 다이얼을 당겨서 쉽게 풀 수 있습니다.
보아 IP1을 사용하는 다른 제품들은 이전에 가능했던 부분인데 스페셜라이즈드는 좀 늦었네요.
* 게르네 G.SNX
* 피직 벤토 인피티노 카본 2
* 피직 벤토 인피니토 니트 카본 2
* 시마노 에스파이어 SH-RC902
에스웍스 7에서 적용되었던 패드락 힐 구조로 발꿈치를 안정적으로 고정해줍니다.
힐 컵 바깥 쪽에는 포인트로 스페셜라이즈드 로고가 양각되어 있습니다.
로드 월드 챔피언이었던 줄리앙 알라필립이 “아레스를 신으면 난로 옆 슬리퍼를 신은 것처럼 편안하게 느껴집니다.”라고 말 한 것처럼, 아레스는 특허 출원 중인 클로저 시스템 설계로 극심한 페달링 상태, 안장에서 일어나 댄싱을 할 때도 중족골을 잘 잡아주며 발의 측부가 돌아가지 않도록 합니다.
이너 삭 형태의 클로저 시스템은 정말 다 좋은데 큰 단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신고 벗기가 불편합니다.
발등이 높은 분의 경우 신발에 발을 넣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신발 입구에서 발등이 걸려 들어가지 않죠. 발이 들어가더라도 양말이 밀려서 불편한 경우도 생깁니다.
따라서 저는 발을 넣을 때 구두 주걱을 이용하며, 장거리 라이딩 시에는 작은 구두 주걱을 휴대합니다.
둘째로는 발볼이 넓거나 발등이 높은 경우 신발에 들어가더라도 장시간 착용하면 저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편안하게 압박해주는 이너삭 형태의 클로저 시스템이지만, 본인의 발이 이 이상의 부피라면? 보다 강한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보아 다이얼로 고정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발을 잡아주는 방식이기에, 발등이 높고 발볼이 크다면 다이얼을 풀어도 이 압박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인솔은 단단한 편이며 약간의 탄성이 있습니다.
정작 흥미로운 것은 이 인솔의 사이즈인데요.
신발에 비해 약 5mm 정도 작은 인솔이 제공되어 약간 헐렁임이 발생합니다. 혹시나해서 다른 제품들도 확인해보았는데 공통적인 사항이더라고요. 이것은 스페셜라이즈드의 실수임이 확실합니다.
에스웍스 7과 동일한 디자인의 FACT Powerline™ 카본 플레이트가 사용되었습니다.
앞 쪽에 위치한 통기홀의 모습입니다.
스티프니스 인텍스 (강성 지수) 15의 단단한 카본 플레이트 아웃솔로 파워 전달을 극대화해줍니다.
에스웍스 7과 동일한 카본 플레이트인 만큼 강성 지수도 15로 동일합니다. 새로 출시된 토치의 경우 카본 플레이트가 신형으로 변경되었지만 강성 지수는 역시 15로 같습니다.
전면 클릿 너트 고정 부위입니다.
너트의 재질은 타이태니엄 (티타늄)으로 조금 더 조심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 발생 시 교체용 너트 부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가격은 세트로 1.5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힐 트레드 (힐 러그, 뒷 굽) 역시 교체 가능한 구조로 스페셜라이즈드에서 별도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너트와 마찬가지로 가격이 사악한데 1.5만 원 정도 할 겁니다.
후면 힐 트레드의 내부 볼트는 안전을 위해 오목하게 들어간 형태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에스웍스 아레스와 구형 모델인 에스웍스 6 (와이드)를 나란히 놓아보았습니다.
다음으로 에스웍스 아레스와 시마노 RP9 (와이드)를 비교해봅니다.
저는 발볼은 평범한데 오른발의 발등이 좀 높은 편입니다.
제 경우 에스웍스 아레스는 장비 없이는 착용하기가 힘들고, 주걱을 사용하지 않으면 신을 때 양말도 밀리고 일반 클릿 슈즈들에 비해 확실히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레스는 발이 들어가기만 한다면 발을 잘 잡아주고, 보아 다이얼까지 맞춰주는 경우 더욱 안정적으로 완벽하게 발을 잡아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 적용된 폼 핏 디자인은 스포츠 슈즈에서 볼 수 있는 나이키 플라이니트, 아디다스 프라임니트와 같은 그런 느낌인데 더 잘 잡아주고 보아까지 더해졌으니 더할 나위 없죠.
다만 발볼이나 발등이 신발에 비해 큰 경우 장시간 착용 시 꾸준한 압박으로 불편할 수 있습니다.
200km 이상 장거리를 포함해 약 3주 정도 아레스를 사용한 결과 발을 편안하게 그러면서도 꽉 잡아주는 능력은 제가 신어본 클릿 슈즈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플라이니트를 사용한 운동화처럼 전체적으로 발을 잡아줌과 동시에 편안함도 함께 제공했고, 보아 Li2 다이얼을 사용해서 당기기가 없는 이전 모델 대비 사용 편의성 역시 좋습니다. 통기성/통풍은 보통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니트가 사용됐지만 에스웍스 벤트와 같이 통풍을 고려해 만들어진 신발에 비하면 부족한 것이 체감됩니다.
착용감이 좋은 또 다른 슈즈는 서라운드 갑피 디자인의 시마노 에스파이어 RC902가 있는데, RC902의 경우 보아 다이얼을 조여야하고 꽉 잡아주는 느낌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나 편안함은 RC902가 아무래도 더 좋았습니다.
즉, 꽉 잡아주는 고정력이 우선이라면 아레스, 편안함이 우선이라면 RC902라고 할 수 있겟네요.
에스웍스 아레스의 무게는 스펙상 220g(한 켤레 440g)으로 가벼운 편입니다.
실측 기준으로는 표기 스펙보다 무겁긴 했지만 역시 다른 신발들도 그런 경우가 많아서, 실측 (약 470g) 기준으로도 에스웍스 7 (42 사이즈 기준 500g 초과)이나 시마노 RC902 (42 사이즈 기준 495g)에 비해 더 가볍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레스는 운동 성향으로 강하고 짧게 타는 분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신발이라고 생각하고, 편안함을 우선한다면 발의 형태가 신발과 잘 맞는지 꼭 확인해봐야 합니다. 만약 발볼이 좁은 편이고 발등이 낮다면 장시간 사용해도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으실 겁니다. 반대라면 보아를 다 풀어도 이너삭 구조의 내피가 압박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지옥으로 변할 수 있고요.
참고로 신을 수만 있다면 에스웍스 아레스는 정사이즈로 구매하시면 될 것 같고, 여름용인 에스웍스 벤트는 약간 넉넉하게 나와서 족형에 따라 반 사이즈 정도 작은 것을 선택하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