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뷰에서 살펴볼 제품은 대한민국의 의류, 스포츠 용품 제조사인 휠라 (휠라홀딩스, FILA Holdings Corp.)에서 출시한 퍼포먼스급 로드 사이클용 클릿 (클립리스) 슈즈인 시냅스 7입니다.
휠라 시냅스는 2021년 휠라가 창립 110주년을 기념하며 정식 출시한 사이클화 시리즈입니다. 러닝화, 테니스화 등을 연구, 개발한 기술력으로 사이클 슈즈 시장 진입을 오랫동안 준비해온 휠라에서 컬래버레이션 제품인 초계국수 에디션 (ㅊㄱㄱㅅ) 시냅스 5를 시작으로 2020년 처음 선보인 후 2021년 정식 시리즈가 런칭되었죠.
휠라 2021 시냅스 시리즈는 일반 페달 사용자를 위한 입문형 평페달 슈즈인 시냅스 5 (18만 9천 원)와 퍼포먼스급 클릿 슈즈인 시냅스 7 (28만 9천 원) 그리고 최상위 클릿 슈즈인 시냅스 9 (38만 9천 원, 커스텀 모델 49만 9천 원)의 3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은 없지만 휠라 웹 사이트에서 사이클 항목이 사라지기도 했고, 최근 재고를 반값 이상으로 크게 할인하는 것으로 보아 휠라가 사이클 슈즈 사업을 중단하며 남은 제품들을 저렴하게 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사실 클릿 슈즈를 이미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꼭 구매할 필요는 없었지만, 워낙 할인폭이 크고 호기심이 생겨 충동구매한 휠라의 퍼포먼스급 로드 클릿 슈즈 시냅스 7은 어떤 제품일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차
휠라 시냅스 7: 스펙
시냅스 7 (상품 코드: 1YM00002D/1YM00002E)
겉감: 합성가죽
안감: 폴리에스터
아웃솔: 카본 섬유
화이트, 블랙, 그레이, 실버, 블루, 그래픽 등
220~285mm (5mm 단위)
약 10mm
267g (1/2 켤레, 240mm 기준)
2021/22
중국
휠라코리아 (문의: 1577-3472)
28만 9천 원
휠라 시냅스 7: 패키지
휠라 시냅스 7은 검정색의 박스에 담겨 있었는데, 시마노의 에스파이어 구형 모델이나 스페셜라이즈드 에스웍스 계열 슈즈와 같은 올 블랙 컬러가 사용됐습니다.
박스 측면 한쪽에는 사이즈 표기가 되어 있는데 한국 제품이기에 한국에서 표준으로 사용하는 mm 단위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현재 유통되는 클릿 슈즈는 대부분 외국 제조사의 제품들이기 때문에 보통 표기를 EU 사이즈인 41, 41.5, 42와 같이 표기하는 경우가 많죠. 휠라 시냅스는 265mm, 270mm, 275mm와 같이 5mm 단위로 운동화처럼 구성되어 있어 입문자도 사이즈 선택이 쉽습니다.
고급 클릿 슈즈를 구매하면 보통 휴대용 파우치 같은 것들이 함께 제공됩니다. 시냅스 7의 경우 슈즈를 한 꺼번에 넣는 파우치 1개가 아니라, 좌우를 각각 각각 넣을 수 있는 부직포 느낌의 파우치 2개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가격은 정가 28만 9천 원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2024년 초 기준 클리어런스 세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구매 가능한 가격은 10만 원 대입니다.
현재 판매되는 디자인의 시냅스는 2021년 말 출시되었고, 대부분의 제품들은 2022년 생산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너무 오래된 재고가 아닐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구매한 제품도 2022년 여름 생산된 제품이었습니다.
휠라 시냅스 7: 디자인
휠라 시냅스 7을 처음 봤을 때 ‘이건 시마노 에스파이어의 카피 모델인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제품은 많은 부분이 닮아 있습니다.
외적으로 한 가지 크게 다른 부분이 있다면 2번째 다이얼이 에스파이어와 다르게 커버가 아닌 본체 어퍼에 달려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이것은 시마노가 아닌 에스웍스와 비슷하네요.
전체적인 모습인데 어퍼 뿐 아니라 힐컵의 디자인이나 위치도 에스파이어와 비슷합니다.
상단에서 본 모습입니다.
화이트 모델이라 오염에 취약하긴 하지만 밝은 흰색의 색상이 깔끔한 느낌을 주네요.
치 부분을 확실하게 잡아주는 높은 힐 컵의 외형입니다.
측면에는 착화감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2개의 보아 다이얼이 사용되었습니다.
에스파이어 RC902, RC903나 에스웍스 7의 보아 다이얼과는 모양이 조금 다른데, 외형으로 볼 때 에스웍스 아레스에 사용된 것 같은 커스텀 디자인의 보아 Li2 다이얼인 것 같습니다.
보통 보아 L6를 사용하는 보급형, 중급형 클릿 슈즈의 경우 앞으로만 돌아가고 뒤로는 돌아가지 않죠. 조절을 위해서는 위로 당겨서 풀고 다시 조여야 합니다. 일부 고급형 제품의 경우도 에스웍스와 같이 풀 릴리즈는 지원되지 않고 앞, 뒤로만 돌아가는 제품도 있습니다.
시냅스 7은 앞으로, 뒤로 그리고 위로 당기고 누르는 풀 릴리즈까지 모든 기능이 지원되기 때문에 쉽게 신고, (라이딩 중에도) 조절하고 빠르게 벗을 수 있습니다.
어퍼 앞쪽은 에스파이어와 거의 빼다 박은 정도로 닮았습니다.
어퍼의 소재나 특성, 보아 가이드의 위치까지 외형과 마찬가지로 시마노의 클릿 슈즈와 비슷합니다. 신발 앞쪽 토 박스나 발등의 높이는 겉으로 보이는 것 보다는 여유가 없는 편인데, 어퍼로 사용된 인조가죽은 내구성은 좋지만 두께가 꽤 두껍고 (특히 박음질 부분) 유연성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도 에스파이어 같은 인조가죽 소재의 클릿 슈즈만 신었을 때에는 몰랐는데, 에스웍스 아레스와 같이 발에 감기는 니트 소재의 운동화 같은 클릿 슈즈를 신어보니 이게 얼마나 편한 건지 바로 체감이 되더군요.
시마노에서는 이런 어퍼 디자인을 360도 서라운드 핏이라고 부르고 있죠. 휠라 시냅스 7에도 거의 동일한 설계의 어퍼가 적용되어 발등을 잘 감싸줍니다.
아마 시냅스 시리즈를 만들 때 함께 참여한 선수들이 많이 신던 시마노 에스파이어 RC901이나 RC902를 레프런스로 활용한 것 같아요.
시냅스 7도 에스파이어처럼 발을 편하게 잘 감싸주긴 하는데, 발볼은 시마노 와이드 급으로 넓은 편인데 높이가 좀 어정쩡하다고 생각됩니다.
제 경우 발등 중간 이후로는 괜찮지만 발가락부터 발등이 시작되는 부분은 제 경우 좀 뻣뻣하고 불편했습니다. 장거리 라이딩도 아니고 1시간 정도의 코스에서도 불편함이 꽤 크게 느껴지는데, 아무래도 앞으로 편하게 신기 위해서는 도구를 이용해 좀 부드럽게 길들여야 할 것 같아요.
텅(혀) 역할을 하는 어퍼 내부에는 모델명과 사이즈 등이 표기되어 있는데 모델명 끝에 E가 붙은 것을 보면 시냅스는 기본 설계 자체가 와이드 핏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래 사이즈 파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안쪽의 외부 디자인입니다.
쾌적한 라이딩을 위해 통풍이 잘 되도록 어퍼에 전체적으로 작은 구멍을 뚫어 놓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에스파이어를 닮은 힐 컵 디자인.
힐 컵은 완전히 단단하지는 않고 약간 유연성이 있어 세게 누르면 움직임이 있습니다.
뒤꿈치 쪽은 쉽게 움직이지 않도록 미끄러짐을 막아주는 소재가 사용됐습니다.
에스파이어 RC902에서는 미끄러짐을 막기 위해 이 부분에 패드를 덧대었는데 이게 불편함을 줘서 일부 사용자에게 욕을 많이 먹었죠. RC903에서 패드가 사라지며 개선된 부분인데 시냅스 7도 비슷한 설계가 적용되었습니다.
인솔 (깔창)은 쿠션감이 없이 매우 단단하고 아치를 잘 받쳐줍니다.
힘 전달을 최우선으로 원하는 선수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모양이에요.
발 모양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자신의 발 바닥과 잘 맞는다면 최고의 인솔이 될 것 같습니다.
아웃솔은 최상급 클릿 슈즈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카본 섬유가 사용되었고, 디자인은 시마노 RC7이나 RP9과 비슷합니다.
타사 고가 모델과 마찬가지로 두툼한 두께의 카본 플레이트로 단단하고 변형이 적습니다. 두꺼운 만큼 강성도 증가하지만, 반대로 무게가 증가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보행 시 편의를 위해 토 패드와 힐 패드가 적당한 위치에 적당한 크기로 부착되어 있습니다.
다른 슈즈들과 마찬가지로 카본 플레이트의 클릿 위치를 조절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표기되어 있는데 (시마노 제품과 비슷하게) 의외로 정확도가 높습니다.
개체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에스웍스 계열은 이 프린트가 엉망인데, 시냅스 7의 경우 클릿을 달면서 확인해보니 에르곤 클릿 피팅 툴이 필요 없을 정도로 좌우가 꽤 잘 맞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최상위 모델이 아님에도 힐 패드 (뒷 굽)는 교체가 가능한 방식입니다.
인솔을 들어내면 십자 볼트가 보이며 이를 통해 힐 패드를 고정합니다.
다만, 현재 휠라에는 힐 패드 재고가 없어 구매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휠라가 다시 사이클 슈즈를 생산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패드 재고는 없을 것 같습니다.
휠라 시냅스 7: 색상
시냅스 7은 기본 색상인 화이트, 블랙 외에도 그레이, 블루, 그래픽 등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된 제품입니다. 다만, 현재는 화이트, 블랙, 그레이 외에 다른 색상은 재고가 모두 소진되어 구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화이트 컬러와 블랙 컬러를 구매했는데, 둘 다 유광으로 빛을 받을 경우 반짝임이 있으며 또한 오염에 조금 더 강한 특성이 있습니다. 화이트 슈즈는 많이 있어서 그레이 컬러를 구매하고 싶었는데 이쪽은 인쇄가 좀 난잡한 느낌이라…
제가 가지고 있는 신발은 전부 무광 또는 무광에 가까운 색상이라 단정한 느낌이었는데, 시냅스 7은 유광에 화려한 반사 효과가 있어서 (시마노 RC902 한정판 에디션처럼) 화려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힐 컵 색상도 차이가 있는데 블랙 모델의 경우 제품 색상과 같은 검정색, 화이트 모델의 경우에는 제품 색상과 다른 은색이 사용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화이트는 에스파이어 RC902 일반 모델과 비슷한 색 조합이, 블랙은 에스파이어 RC902 한정판과 비슷한 색 조합이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휠라 시냅스 7: 사이즈
보통 한국 사람이 신발을 고를 때는 길이보다 발볼의 너비를 걱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냅스 7은 기본적으로 아시아인의 발볼 너비에 맞춰 만들어진 것 같은데, 시마노 와이드 사이즈 슈즈와 너비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길이는 265mm 모델의 바닥 부분이 약 270mm, 어퍼가 약 275mm 정도로, 운동화 정사이즈에 맞춰 신으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위 사진의 제품은 3번째가 시냅스 7 265mm (41.5), 4번째가 시마노 RP9 와이드 270mm (42 E) 모델인데 너비가 어퍼 기준 약 10cm, 아웃솔이 약 9.5cm 정도로 비슷한 크기였습니다. 좌측의 신발은 에스웍스 아레스인데 와이드 사이즈가 없는 모델이며 발볼 너비가 약 9cm 정도로 조금 더 좁은 편입니다.
제 경우 실측 발 길이는 약 260mm에 발볼은 그렇게 넓지 않고 발등이 좀 높은 편인데 265mm가 적당히 잘 맞았습니다. 다만, 토 박스 부근 발등 쪽에서 불편함이 있었는데, (특히 앞쪽) 발등이 높지 않은 분에게 최적의 착화감을 제공할 것 같습니다.
휠라 시냅스 7: 평가
지금까지 휠라가 야심차게 내놓은 로드 클릿 슈즈 시냅스 7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외형적으로 볼 때 시냅스 7은 에스파이어를 많이 참고해서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상위 모델인 시냅스 9은 시냅스 7의 아웃솔에 에스웍스 7의 어퍼 디자인을 결합해 만들어진 것 같고요.
착화감은 같은 사이즈의 시마노 와이드 슈즈와 비슷하다고 느껴졌으며, 어퍼는 조금 단단하고 야무져서 내구성이 좋지만 발 모양에 맞지 않는다면 길들여지기까지 다소 불편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무게는 41.5 (265mm) 사이즈 실측 시 1쪽이 약 295g으로 타사 최상급 슈즈에 비해서는 조금 무거운 편입니다. 에스파이어 RC902의 경우 42 사이즈가 실측 약 260g, RC903이 약 245g 정도이며, 에스웍스 아레스는 42 사이즈가 약 235g로 더 가볍습니다.
종합적으로는 시마노 RC701 같은 중급보다는 상위, 최상급인 RC902와 비슷하지만 살짝 부족한 보급형 에스파이어 정도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퍼가 조금 뻣뻣하고 무게가 있지만 인솔의 품질은 상당히 좋고, 아웃솔의 강성은 최상급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단단하며 힘 전달을 잘 해줍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반 스포츠 브랜드의 신상 슈즈를 출시 가격인 28만 9천 원에 선뜻 구매하기는 어렵죠. 하지만 이 제품을 10만 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 가성비는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메이저 브랜드 중 이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입문급 슈즈 밖에 없거든요.
참고로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된 브랜드로 현재는 한국에 인수된 상태이며, 휠라가 아닌 필라라고도 많이 불리지만 브랜드명을 휠라로 등록했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 예외 조항에 따라 휠라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습니다.